할랜드 아메리카 라인(Holland America Line)의 잔담(Zaandam)이 10월 15일 샌디에이고 출발 35일간의 '하와이·타히티·마르키즈' 그랜드 항차를 앞두고 기항지와 체류 시간이 대대적으로 조정됐습니다. 가장 아쉬운 변경은 키리바시 타부아에란(파닝섬) 기항 취소. 선사는 "운항 속도 조정이 필요하다"고만 밝혀, 6월 알래스카 항차에서 있었던 추진 시스템 장애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 승객에게는 1인당 100달러 선내 크레딧이 지급됩니다.

이번 항차는 하와이에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마르키즈 제도를 거쳐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9,400마일(약 15,100km) 이상의 롱 크루즈로, 원양 장기 항차를 계획하는 한국 크루즈 팬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습니다. 현지 보도(크루즈하이브, 10월 3일자)를 바탕으로 변경 내용과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무슨 일 — 출발 열흘 앞두고 기항지·시간 잇따라 조정

잔담(승객 정원 1,432명)의 '레전더리 하와이, 타히티 & 마르키즈(Legendary Hawaii, Tahiti & Marquesas) 항차는 10월 15일(목) 샌디에이고 출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예약 승객들에게 기항지 순서 변경과 체류 시간 조정 안내가 잇달아 전달되면서 혼란과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변경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라보라·라이아테아 순서 교체 — 오히려 '단독 기항'이라는 호재

반가운 변경도 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잔담은 11월 3일 보라보라(08:00~23:00), 11월 4일 라이아테아(08:00~17:00)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날짜에 실버시의 '실버 위스퍼'(승객 388명)도 두 항구에 동시 기항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순서가 바뀐 후에는 11월 3일 라이아테아(08:00~17:00), 11월 4일 보라보라(08:00~18:00)로 조정되면서 잔담이 두 항구 모두에서 유일한 크루즈선이 됩니다. 할랜드 아메리카는 "현지 교통·쇼어투어·육상 체험 접근성이 좋아지고, 보라보라에서의 이른 출항은 일몰 세일어웨이(sunset sailaway)를 즐길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라보라처럼 인프라가 작은 섬에서는 1,400명 규모 선박 두 척이 동시에 들어오면 순간 집중으로 인한 불편이 생길 수 있어, 실질적인 개선이라는 평가입니다.

키리바시 타부아에란 취소 — '운항 속도 조정'이 못박은 배경

문제는 다른 변경입니다. 선사가 승객들에게 보낸 안내에 따르면 "항차 일부 구간에서 계획된 운항 속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 10월 29일 예정이던 타부아에란(파닝섬) 기항이 취소됐습니다. 일부 항구 체류 시간도 조정됐습니다.

할랜드 아메리카는 왜 속도를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유형의 운영 변경은 통상 추진 시스템 문제를 시사하는 경우가 많아, 예약 승객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항차의 일부 구간에서 운항 속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10월 29일 타부아에란(파닝섬) 기항은 취소되며, 일부 항구 체류 시간도 조정됩니다." — 할랜드 아메리카 승객 안내문(번역 요약)

6월에도 추진 장애 — 알래스카 기항지 2곳·빙하만 크루징 취소

우려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잔담은 올해 6월 알래스카 시즌에서 이미 추진 시스템 문제를 겪었습니다. 6월 3일 출발 항차에서는 기장이 승객들에게 "추진 시스템 하나에 기술적 문제가 있어 정상 속도로 항해할 수 없다"고 직접 안내했고, 스케그웨이와 케치칸 기항, 글레이시어 베이 경관 크루징이 모두 취소됐습니다. 수리를 위해 주노 야간 정박 일정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6월 10일 출발 항차도 하루 넘게 지연돼 랭겔·케치칸 두 곳만 기항하는 축소 일정으로 운항된 바 있습니다. 선사는 이번 10월 15일 항차의 속도 조정이 같은 문제의 연장선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승객 반응 — 9,400마일 태평양, 엘니뇨 허리케인까지 겹친 우려

예약 승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이 항차는 9,400마일 이상을 항해하며 정박 수리가 어려운 원양을 지나는 만큼, 기술 문제 재발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올해 태평양은 강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태평양 열대성 저기압 활동이 활발한 상태로 알려져 있어, 원양 장기 항차에는 기상 변수까지 겹친 상황입니다.

한국 승객에게 — 장기·원양 항차일수록 '변수 설계'가 답

기항 일정은 법적으로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크루즈의 기본 전제입니다. 선사는 기상·기술·운영 사유로 기항지를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으며, 이번 사례처럼 보상(크레딧·체류 연장·대체 기항)으로 대응하는 것이 업계 표준입니다. 35일 같은 장기 원양 항차를 계획한다면 ▲취소 가능성 높은 '히든 젬' 기항에 기대치를 조절하고 ▲핵심 목적지(하와이·타히티 등)가 여러 날 배치된 상품을 고르고 ▲여행자 보험과 선내 크레딧 사용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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