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그리스 로도스항에서 계류줄이 끊어져 카타마란 등 선박 3척과 충돌했던 버진 보이저스의 '스칼렛 레이디(Scarlet Lady)'에 대해 피해 카타마란 선주가 최소 40만 유로(약 48만 달러·약 6억 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선박 압류(seizure)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해상보험사가 '지급보증서'를 제출하면서 선박은 10월 1일 예정대로 로도스를 출항했고, 법적 공방은 2027년 2월 23일 현지 법원 심리부터 본격화됩니다. 크루즈 항차와 예약 승객에는 영향이 없는 상황입니다.

사고 자체는 '무사히 지나간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뒤늦게 거액의 배상 청구와 압류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와 크루즈하이브(10월 5일자) 취재를 바탕으로 경위와 쟁점, 향후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무슨 일 — "최소 40만 유로 배상하고, 배는 못 나가게 하라"

충돌 피해를 입은 카타마란 '킹 오브 로도스(King of Rhodes)'의 선주는 10월 1일, 로도스 현지 법원에 스칼렛 레이디의 압류와 출항 금지를 신청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최소 40만 유로(약 44만 8천 달러). 카타마란 선미(어트) 부위 손상을 이유로 제기된 청구입니다.

선주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도 함께 촉구했습니다. 압류 신청이 사고 이튿날인 10월 1일에 곧바로 이뤄진 것은, 바하마 선적의 크루즈선이 그리스 항구를 떠나 버리면 관할권 문제로 청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고 경위 — 미코노스 폐쇄로 '연박'하던 중 발생했던 충돌

경위를 되짚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칼렛 레이디는 9월 30일 오후 6시 로도스 출항이 예정돼 있었으나, 다음 기항지인 미코노스 항이 악천후로 폐쇄되면서 항구에 연박했습니다. 그날 밤 늦게 강풍과 너울이 몰아치면서 계류줄(mooring lines)이 끊어졌고, 선박이 잠시 표류하며 항내의 카타마란과 소형선 2척에 접촉했습니다. 당시에는 인명 피해도, 선박 손상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카타마란 측이 정밀하게 손상을 확인한 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선주 측이 주장하는 '킹 오브 로도스'의 손상 내역은 이렇습니다.

"잠재 손상의 범위를 확정하려면 카타마란을 인양해 기술자와 전문가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킹 오브 로도스'는 매일 운항하던 관광 항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다." — 현지 언론 보도(번역 요약)

'킹 오브 로도스'는 어떤 배 — 338인승, 33노트 관광 카타마란

피해 선박 '킹 오브 로도스'는 현지 Sea Dreams 선단 소속의 현대식 폐쇄형 관광 카타마란입니다. 냉방과 스낵바를 갖췄고, 승객 338명을 태울 수 있으며 최대 속도는 33노트(시속 약 61km)에 이릅니다. 로도스·시미·마르마리스를 오가는 편도·왕복 관광 상품을 운영하는 배로, 같은 선단에는 '킹 사론(King Saron)'과 '시미 II(Symi II)'가 있으며 '킹 오브 로도스'는 이 중 가장 작은 선박입니다.

선주는 이 배가 매일 관광 항해를 하지 못하는 영업 손실까지 청구에 포함시켰습니다. 계약상 의무 이행을 위해 다른 선박을 임차해야 할 경우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압류는 왜 안 됐나 — '스쿨드'의 지급보증서가 막았다

압류 청구에도 스칼렛 레이디가 로도스를 떠날 수 있었던 것은 해상보험 덕분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소재 해상보험사 스쿨드(Skuld)가 '지급보증서(letter of guarantee)'를 제출한 것입니다. 그리스 피레아스 등 전 세계에 사무소를 둔 보험사로, 이 보증서는 조사 결과 과실이 인정될 경우 청구 금액의 지급을 보장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로써 스칼렛 레이디는 10월 1일 오후 5시 예정대로 출항했고, 승객들의 항차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크루즈 업계에서 대형 선박의 항만 사고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더라도 보험사의 지급보증이 '선박 운항 연속성'을 지키는 표준 메커니즘으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버진 보이저스의 입장은 — "보도 시점까지 응답 없어"

크루즈하이브는 사건과 관련해 버진 보이저스에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과실 여부와 배상 책임 범위는 현지 법원의 2027년 2월 23일 심리와 정밀 검사 결과에서 가려질 전망입니다. 청구 금액도 인양 검사가 끝나야 확정될 수 있습니다.

한국 승객에게 — 항차는 정상, '기상 이탈 사고의 뒷수습' 단계

결론부터 말하면 예약 승객이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스칼렛 레이디는 사고 직후 보험 보증으로 정상 출항했고, 그리스 발 법적 분쟁은 선사와 보험사가 처리하는 영역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두 가지를 보여줍니다. ▲갑작스러운 강풍·너울이 대형 크루즈선의 계류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점 ▲사고 직후 '피해 없음'으로 보도되더라도 잠재 손상 확인 뒤 뒤늦게 분쟁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중해·아드리아해 항차를 예약한 승객이라면 가을철 강풍 시즌의 기항지 변경·연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사의 실시간 안내를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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